[정의]
비주얼 노벨(Visual Novel)은 일본에서 탄생한 게임의 한 장르로, 정적인 영상과 음악 그리고 음
성이 결합된 인터렉티브 픽션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장르는 게임에서 중요시되는 인터렉티브 성
을 최대한 제거하고 대신 문장에 의한 묘사와 표현을 통한 고전적인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형태
로 넓은 범위로는 어드벤쳐 장르의 한 변종으로 분류되기도 하며 실제로 많은 미소녀 게임 제작사
들이 자사의 게임을 비주얼 노벨이라는 용어 대신 예를 들어 학원물ADV(ADV는 Adventure의 약
칭)등으로 분류해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어드벤쳐의 한 장르로 분류하는 것은 대부분 제작사의
자의적인 분류에 의한 것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비주얼 노벨을 고전적인 게임 장르인 어드벤쳐의
한 갈래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비주얼 노벨과 비슷한 게임들을 통칭하는 명칭으로 일본 게임 업계에서 Novel 이라는 용어를 처
음 사용한 춘 소프트의 ‘사운드 노벨(Sound Novel)' , Visual Art's에서 자사의 프로젝트에 붙인
’키네틱 노벨(Kinetic Novel)‘ 등이 있으나 이들 역시 넓은 의미의 비주얼 노벨에 속하므로 별도로
구분해서 서술하지는 않겠다.
[역사]
비주얼 노벨의 탄생은 일본의 게임 제작 업체인 Aquaplus의 자회사 Leaf가 발매한 ‘시즈쿠
(1996)’ , ‘키즈아토(1996)’ , ‘투하트(1997)’ 이 세 작품을 '리프 비주얼 노벨 시리즈(Leaf Visual
Novel Series)‘로 통칭한데서 유래한다. elf 사가 발매했던 동급생 시리즈의 대성공 이후 미소녀
게임에서 게임성 그 자체보다는 스토리의 중요성이 더 높게 인식되던 때에 Leaf는 과감하게 미소
녀 게임에서 인터렉티브성을 극도로 제거하고 문장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드라마성을 극대화
시킨 일련의 게임들을 발매한 것이다.
Leaf사의 첫 비주얼 노벨이었던 시즈쿠와 키즈아토는 업계와 소수의 매니아로부터는 그 독특한
시나리오에 대해 비교적 호평을 얻었으나 오컬트를 차용한 시나리오의 한계상 상업적으로는 그다
지 성공하지 못했던 반면에 1997년 발매한 투하트의 경우에는 밝고 경쾌한 학원 연애담과 매력적
인 캐릭터들을 소재로 함으로써,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비주얼 노벨이라는 장르를 일본 게
임 업계에 정착시키게 된다.
미소녀 게임에서 인터렉티브에 해당하는 캐릭터의 조작이나 수치의 관리는 최대한 약화시키고 까
다로운 조작이 필요 없이 편안하게 앉아서 마우스 클릭만 하면 재미있는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
터를 즐길 수 있다는 비주얼 노벨의 장점은 투하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이
다.
투하트의 성공 이후 많은 일본 미소녀 게임 제작사들이 비주얼 노벨의 장점에 주목하게 되는데 바
로 시나리오와 스크립트 엔진이 준비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비주얼 노벨 계열의 게임 소프
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이 영세한 업체로 이루어진 일본 미소녀 게임 시장에 엄
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며 투하트의 성공 이후 많은 업체들이 비주얼 노벨의 방식을 차용한 소프트
웨어를 내놓게 된다.
투하트의 대성공으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주얼 노벨은 일본 미소녀 게임 업계의 주된
성향이며, 약 37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Type-moon사의 ‘Fate/Stay Night(2004)'나 약 1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Aquaplus사의 ’투하트2(2004)‘등의 히트작을 낳기도 하였다. 그러나 엄밀한 의
미에서 비주얼 노벨 본연의 모습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게임 소프트는 드물며, 실제로는 비주
얼 노벨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서 다른 게임 장르의 요소를 차용한 변형된 비주얼 노벨 계열의 게
임이 순수한 비주얼 노벨보다 더 많은 것이다.
현재 비주얼 노벨 계열 게임의 99%는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성인용 미소녀 게임이며, 극히 소수의
게임만이 일본 외의 지역에서 동인 게임의 형식을 띄고 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PS2용
으로 ‘메모리즈 오프’ 시리즈가 한글화 되어 정식 발매 된 적은 있으나, 다른 비주얼 노벨 계열의
게임이 정식으로 한글화 되어 발매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주얼 노벨 게임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동인 패치 팀이
자체적으로 비주얼 노벨 게임을 한글화해서 내놓았기 때문이다. 일본 문화 개방 이전부터 이미 비
주얼 노벨 열풍의 원조 격인 투하트1은 동인 패치 팀을 통해 완벽하게 한글화 되어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었으며 이후 수많은 비주얼 노벨들이 동인 패치 팀을 통해 한글화 된 상태로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징과 한계]
비주얼 노벨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게임들과는 달리 극히 제한된 플레이어의 개입만 허락하고,
이외의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즉, 기본적인 구조 하에서 플레이어가 비교적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FPS, RPG, RTS 등의 일반 게임들과는 달리 비주얼 노벨에서 스토리나 플레이
방식은 기존 문학과 유사하게 선형적인 구조로 이미 정해져 있으며 선택지라는 플레이어의 개입
으로 바꿀 수 있는 게임 플레이는 얼마 되지 않는 것이다. 게임 플레이의 대부분은 플레이어의 조
작이 아닌 비주얼 노벨 프로그램 측의 문장 출력에 의존하며, 일반 게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인터렉티브 성이 비주얼 노벨에서는 극단적일 만큼 제한되어 있다. 즉, 비주얼 노벨에서 사용자가
조작 가능한 부분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대부분 몇 되지 않는 단순한 선택지로 결말까지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일반 게임에서 ‘글을 통한 묘사나 표현’은 극히 제한된 영역에서만 이루어지며 문장의 표시
에 아주 작은 공간만이 할애되는 반면에 비주얼 노벨에서는 문장의 표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아예 그림 위를 글자가 덮는 방식으로 장면을 묘사하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일반 게임과는 달
리 비주얼 노벨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으로 비주얼 노벨에서는 그
림이나 화면 효과 등의 ‘비주얼’적인 표현 보다는 ‘소설적인’ 문장의 표현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
는 것이 더 중요하게 간주되는 것이다.
이것은 비주얼 노벨의 장점이기도 하며, 또한 약점이기도 한데 일반적 게임에 비해 플레이어가 스
토리텔링에 좀 더 강하게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의 장점을 그대로 취하고 있으며 거기에 덧붙여 단
순한 문장의 나열로 이루어져 지루할 수 있는 일반 소설책에 비해 비주얼 노벨은 그림과 음악, 음
성의 결합으로 인해 플레이어가 스토리텔링에 좀 더 강하게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의 장점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의 가장 큰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성이 스토리텔링에 반비례해 줄어들기
때문에 게임에 직접 개입해 즐거움을 얻으려는 게임 플레이어에게는 지루한 문장과 그림의 반복
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며, 문장을 읽으며 상상하는 즐거움을 느끼려는 소설 독자들에게는 비
주얼 노벨의 그림과 음악, 음성이 오히려 집중과 상상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 하나, 비주얼 노벨의 큰 특징이 스토리 그 자체보다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의지하려는 성향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모든 미소녀 게임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나, 비주얼 노벨에서는 특히 더 심한
점이 있다. 예를 들어, To Heart 의 경우 사실 스토리 그 자체는 단순하고 빈약한 플롯을 가지고
있으나 외모, 성격 모두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들을 투입함으로써 스토리의 빈약함을 어느 정도 가
리면서 성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 역시 비주얼 노벨 장르의 양날의 칼이 되는데, 스토
리가 어느 정도 부족해도 캐릭터를 잘 만들면 유저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비주얼 노
벨에 ‘제작사가 스토리에만 목숨을 걸 필요 없는’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부여했으나 반대로 이것을
노리고 지나치게 캐릭터에만 의존한 비주얼 노벨 게임이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당연하겠지만,
게임성보다 스토리텔링이 주가 된 비주얼 노벨에서 스토리가 지나치게 부실한 비주얼 노벨 게임
은 성공할 수 없다. 결국 캐릭터에만 의존한 비주얼 노벨은 아무런 인기도 얻지 못하고 사장되었
고,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영세한 PC게임 시장에서 이런 부실한 비주얼 노벨 게임이 대다수를 차
지함으로서 비주얼 노벨이라는 장르 전체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켜버렸던 것이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비주얼 노벨의 특성과 약점을 깨닫고 순수하게 문장과 그림, 음악, 음
성의 결합만으로 이루어진 비주얼 노벨이 아닌 다른 장르의 게임을 일부 차용하는 방식의 혼합된
비주얼 노벨 게임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게임 메이커인 공화당에서 발매한
‘심포닉 레인’의 경우 일반적인 게임 진행 방식은 비주얼 노벨의 그것을 취하나, 중간 중간 간단한
방식의 리듬게임을 집어넣음으로서 비주얼 노벨의 단조로움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